김대영 케이넷투자 대표 "창업 새싹 키워 '사회적가치' 실현""VC 성과 과실 나눠 생태계 선순환 구축", 고려대 50억 발전기금 기부
"벤처캐피탈(VC)로 성공했을 때 사회적으로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국 내가 배운 곳, 그리고 미래의 창업가를 길러낼 곳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 서초동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본사에서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해 고려대학교에 학교 발전기금 50억을 기부하며 '벤처 선순환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자처했다.
고려대학교기술지주 사외이사로도 합류한 김 대표는 이번 기부가 단순한 금전적 후원이 아닌 대학을 중심으로 한 창업 생태계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길 바라고 있다. VC 투자를 받아 성장한 기업이 다시 펀드에 출자해 후배 기업을 키우겠다는 각오다.
◇벤처 선순환 생태계 앞장, '크래프톤' 주목
1997년 VC 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어느덧 29년째 현업에 있다. 김 대표는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등을 거쳤다. 이후 한국기술투자(SBI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하며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업계에 입문했다.
김 대표는 "행정고시를 준비했지만 결국 나와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방향을 틀었고, 큐리어시티(호기심)로 무장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정이 벤처캐피탈리스트란 직업을 택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1999년 김 대표는 720억원 밸류에이션(기업가치)으로 투자한 스타크래프트 유통사 한빛소프트를 6500억원 밸류로 엑시트(회수)하게 된다. 김 대표는 이러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2008년 케이넷투자파트너스를 설립한다.
케이넷투자파트너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뚫고 곧바로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500억원)을 결성하며 빠르게 트랙레코드(실적)를 쌓아올렸다. 해당 펀드로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투자수익배수(멀티플) 75배 압도적 성과를 냈다. 모태펀드 문화계정 자펀드 조성 이후 최고 회수 실적이다.
김 대표는 "해당 펀드가 역사적인 성공으로 이어져서 이번 모교 기부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크래프톤처럼 성공한 기업이 VC 펀드에 다시 출자하고, 후배 벤처기업을 키우는 구조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선순환이고 미래의 발전 모델"이라고 했다.
케이넷투자파트너스는 지난 2009년 크래프톤을 발굴한 뒤 두 차례 이상 투자하며 동행했다. 현재 크래프톤은 시가총액 20조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크래프톤은 케이넷투자파트너스 펀드 주요 유한책임출자자(LP)로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좋은 벤처기업은 존경받지만 좋은 VC는 왜 그렇지 않을까 고민했다"면서 "큰 부를 만드는 것보다 크게 만든 부가 세상을 이롭게 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실천하고자 했다"라고 언급했다.
◇VC 사회적 책임 강조, "존중받는 업 돼야"
김 대표가 쾌척한 50억원은 고려대학교 창업지원센터이자 기술사업화센터인 '스타트업 유니버스(KNI START-UP UNIVERSE)' 조성과 고려대 출신 벤처기업가들의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벤처 펀드 출자 등에 다양하게 사용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벤처투자란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창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고려대가 낳은 유니콘 기업이 다시 학교에 기여하고, 그 자금이 다시 후배 창업가를 육성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의 모임 '큐빅(CUBIC)'도 이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김학범 컴퍼니케이 대표가 회장을 맡고 있으며 150여 명의 VC 종사자들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고려대 출신 김동원 총장의 초청으로 모교를 방문해 벤처 육성에 관한 모임을 개최했다. 올해 개교 120주년을 맞이한 것을 기념해 벤처 육성을 통한 학교 발전의 미래에 관한 토론도 했다. 그 결과 김 대표의 모교 벤처 발전 기부 뜻에 공감한 VC 두 곳 이상이 추가 기부에 나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기부를 출발점으로 VC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신뢰와 존중을 받는 업계로 양질의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VC 업계가 단순히 돈을 굴려 수익만 추구하는 집단이 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VC 사회적 책임은 '벤처 선순환 구조 구축'에 뒀다.
김 대표는 "VC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다면 분명 자성 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주요 임직원 성과급 잔치, 주가 급등을 이용해 매매차익을 챙기는 행위 등은 VC 업계 명예를 훼손할뿐더러 사회적 책임이라는 본질에서도 멀어지게 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업이 돼야 VC가 국가 경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면서 "국가 발전을 위한 산업을 키운다는 사명감을 갖고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케이넷투자파트너스는 중소형 VC이지만 수익이 나면 기부도 하고 업계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며 "지금처럼 대형 VC에만 자금이 몰리고 중소형 VC가 외면당하면 벤처 육성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고, 나아가 국가경제 발전의 왜곡이 생기는 것"이라고 전했다.